제네시스가 브랜드 첫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를 세상에 내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GV90 월드 프리미어가 열렸다. 2024년 공개한 네오룬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양산으로 옮긴 모델로, 기존 대형 SUV인 GV80보다 한 단계 위 시장을 정조준한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한국의 달항아리다. 제네시스는 둥글고 여백이 넉넉한 백자의 형태에서 차체 비례와 면 처리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오토 익스프레스는 “깔끔한 둥근 형태가 한국의 달항아리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3톤 넘는 덩치에 490kW

GV90은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전장 5285mm, 전폭 2030mm, 전고 1815mm에 축거는 3245mm에 이른다. 공차중량은 3030kg으로 지금까지 나온 국산 SUV 가운데 가장 무겁다. 카니발보다 길고 넓은 차체에 24인치 휠을 끼워 비례를 맞췄다.
심장은 플래그십 전용으로 개발한 eMP 플랫폼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지금까지 만든 것 중 용량이 가장 큰 123.5kWh 배터리를 얹었다. 앞뒤 모터 합산 최고출력은 490kW, 최대토크는 800Nm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인승 기준 500km이며, 350kW급 급속충전기로는 10%에서 80%까지 22분이 걸린다.
멈추면 90mm 솟아오르는 화면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이다. 중앙에 놓인 24.6형 OLED는 차가 멈추면 90mm 위로 솟아오른다. 여기에 13.2형 보조 디스플레이가 더해지고, 커넥티드 서비스인 플레오스 커넥트가 물린다. 기존 제네시스 모델과 비교하면 표시 면적이 1.7배로 넓어진 셈이다.
배터리 안전 기술도 GV90이 출발점이다. 현대차는 열 확산을 구조적으로 막는 TRP 기술을 이 차에 처음 적용하고 앞으로 전 차종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다만 주행 보조는 레벨2 수준에 머문다. 공개 행사에서도 그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은 언급되지 않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격차가 남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둥 없는 문과 180도 도는 시트

GV90을 상징하는 장치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B필러를 눈에 보이지 않게 숨기고 앞뒤 도어를 각각 반대 방향으로 열 수 있게 만든 구조다. 차체 강성은 히든 B필러와 히든 롤케이지로 확보했고 지붕에는 에어백까지 넣었다.
2열은 아예 다른 공간을 지향한다. 앞좌석에는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가 들어가 버튼 하나로 180도 돌아 뒷좌석과 마주 앉을 수 있다. 바닥에는 천연 우드 베니어를 깔고 복사열 난방을 넣었는데, 온돌에서 가져온 발상이다. 외신들은 이 조합을 두고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울 카펫과는 결이 다른 한국식 럭셔리라고 평가했다.
국내 출시는 올해 4분기로 예정돼 있다. 다만 판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GV80 윗급이라는 위치를 감안해 1억원대에서 2억원 안팎까지 전망이 갈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GV90을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도 순차 투입한다. 브랜드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넘긴 뒤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어서, 플래그십 한 대가 브랜드 전체의 인식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