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새로 등록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35%에 이른다. 대수로는 6만 9513대다. 도로에 새로 나온 전기차 셋 중 하나가 중국에서 건너온 차라는 뜻이다.
전체 수입차로 범위를 넓히면 숫자는 더 커진다. 상반기 수입차 등록에서 중국산이 차지한 비중은 41.2%, 7만 9444대였다. 오랫동안 수입차 시장을 지켜 온 독일산 비중은 40.3%에서 30.1%로 내려앉았다.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BYD는 8월 수입차 4위에 올랐다

선두에 선 브랜드는 BYD다.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에서 1만 7523대를 등록했고, 8월 한 달만 3002대를 팔아 수입 브랜드 가운데 4위에 올랐다. 그달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한 몫이 10%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에 승용차를 처음 내놓은 뒤 1년 만의 성적이다.
무기는 결국 가격이다. 주력 모델이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후반에 걸쳐 있다. 시작가가 2450만원대인 돌핀처럼 국산 소형차와 정면으로 겹치는 가격표를 들고 들어왔다. 보조금을 감안하면 체감 격차는 더 벌어진다.
지커 7X 사전예약 1500대 돌파

다음 주자는 지커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국내 첫 모델인 중형 전기 SUV 7X의 사전예약이 1500대를 넘어섰다.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1000대를 돌파했고, 고객 인도는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가격은 프로 5299만원, 맥스 5999만원, 울트라 6999만원이다. 최상위 트림은 최고출력 645마력, 최대토크 72.4kgf·m를 낸다. 판매 거점은 아홉 곳에서 열네 곳으로 늘린다. 국내 시장에서는 테슬라 모델 Y와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가 경쟁 상대로 꼽힌다. 다만 차량 위치와 주행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를 두고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체리·GWM·샤오펑도 줄을 섰다

뒤를 이을 브랜드도 줄을 섰다. 체리자동차는 한국법인 설립을 준비하면서 산하 브랜드인 오모다와 재쿠의 전기 SUV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KG모빌리티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맺으며 국내 업체와의 접점도 만들었다.
중국 SUV 강자로 꼽히는 GWM은 한국 마케팅 총괄 채용에 나섰고, 샤오펑도 한국 사업 총괄을 뽑고 있다. 완성차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본 투자와 기술 협력까지 병행하는 방식이어서 진출 경로 자체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업체가 받는 압박은 숫자로 드러난다. 현대차의 8월 국내 판매는 3만 4333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1% 줄었고, 1~8월 누적으로도 39만 9159대에 그쳐 15% 감소했다. 다만 이 감소분에는 파업 등 다른 요인도 함께 섞여 있다.
부품까지 보면 얽힘은 더 깊다. 2025년 자동차 부품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47.2%였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가 가격뿐 아니라 디자인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까지 앞세우고 있어 안방 시장의 우위를 당연하게 여길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